자료실2008.02.14 14:20

||| 성교육 이야기 |||


청소년이 성관계를 해도 괜찮은가요?
김영애 운영위원


 중학생인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이런 저런 외부교육을 받는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성교육강사인 엄마를 생각해서 열심히 듣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아 힘들어 하는 강사들을 볼 때마다 우리 엄마도 얼마나 힘들까 안타까워하면서.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아이가 아주 신나하며 재미있는 교육을 받았다고 엄마에게 유용한 정보라도 알려준다는 양 수선을 떨었다. 당연히 나에게도 중요한 이야기라서 궁금해 하며 물어보았다. 아이의 말을 요약하면, 지금까지 몇 번의 금연교육을 받았는데 그동안은 모두 담배를 피워서 손상된 폐 사진을 보여주면서 건강에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때는 끔찍하고 보기도 싫고 그래서 잘 듣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강사가 웃음치료사라서 말도 재미있게 하고 내용도 강사가 외국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나라의 흡연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고 한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들이 반응이 충분히 짐작 되었다. 반가운 변화다. 오랫동안 금연교육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혐오요법을 쓰지 않으면서도 흡연이라는 것이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그리고 자신의 흡연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일방적인 금연이 아닌 흡연에 대한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주는 것은 또 다른 차원에서의 금연교육임에 틀림없다.    


 사실, 민우회의 성교육은 일찍부터 이런 면에 대해 고민을 해왔던 터이다. 순결서약이나 낙태예방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성, 안전한 성, 즐거운 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이들을 만나면서부터 보호가 아닌 권리로, 금지가 아닌 책임으로서의 성교육을 지향해 왔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가끔씩 학생들로부터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그럼, 선생님은 청소년들이 성관계를 해도 괜찮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금기와 금지의 성교육에 익숙했던 청소년들에게 금지를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곧 허용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그건, 선생님이 답을 줄 수가 없는 질문이네요. 누구도 여러분들에게 성관계에 대해 해도 된다, 안 된다 라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자기결정권’이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으로서 당연시 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길게 논의하는 것은 이미 의미가 없어진 일일 것이다. 지금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정확한 정보를 줌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민우회 활동가들이 자주 이용하는 교육청 구내식당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재미있는 포스터가 있었다. ‘계란을 스스로 깨면 병아리가 되고 타인이 깨면 후라이가 된다’고.
 스스로 깰 수 없을 것이라는 어른들의 불신감과 성급함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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