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2008.02.14 14:24

||| 상담소의 눈 |||


건강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스토킹 가해자특성


표창원 |경찰대학 교수


스토커?

 스토커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 집착과 소유욕이 강하며 거절이나 무시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 우리는 누구나 어려서부터 ‘헤어짐’과 ‘나눔’, 그리고 ‘배려’에 대해 배운다. 늘 엄마 품에 있고 싶은데 엄마는 자꾸 떠난다. 대개는 곧 다시 돌아오지만 때로는 할머니 댁이나 어린이 집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온다. 슬퍼서 울고 무서워서 울고 서러워서 운다. 달램, 어름, 선물, 야단 등. 별의 별 수단이 동원되면서 그 슬픔과 무서움과 서러움을 이겨내고 엄마와 헤어지는 ‘연습’에 익숙해진다. 곧 기르던 강아지와도 헤어지고 친구와도 헤어지고 아끼던 장난감과도 헤어진 후 다른 만남들을 하게 되면서 헤어짐은 삶의 일부임을 배운다. 엄마가 나 말고 동생도 예뻐하고,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도 보살펴주고, 맘에 드는 친구가 다른 친구와도 즐겁게 놀 때 질투와 배신감을 느끼다 곧 다른 이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되면서 타인과의 관계는 폐쇄적인 ‘소유’가 아니라 활짝 열린 ‘공유’임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름’을 알게 되면서 처음엔 낯설고 이해되지 않다가 다른 이도 나의 ‘다름’을 발견하고 낯설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배려’의 시작이다.


넌 내 꺼야! - 관계에 대한 독점욕
  스토킹 가해자, 스토커들은 성장과정에서 무엇인가 문제가 발생해서 이런 ‘헤어짐’과 ‘나눔’, 그리고 ‘배려’에 대해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거나 사고와 정서 체계에 커다란 문제가 생긴 사람이다. 세상이나 친구, 동료 등과 다양한 ‘열린’ 관계 맺기를 실패하고 포기하고는 ‘자신만이 독점’하고픈 대상을 찾아 폐쇄적인 ‘소유’ 관계를 형성하고 지나칠 정도로 몰입을 해서 결코 그와의 헤어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 지는 헤아리려 하지 않는다. 성장과정상의 문제로 사고와 정서체계에 문제가 생긴 이들에게 자신이 집착하는 관계의 형성이나 유지가 좌절된다는 것은 종종 ‘세상의 끝’으로 다가오고, 그로인해 극도의 좌절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폭력과 가학을 쏟아내게 되기가 쉽다. 미국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90%가 살해 전 스토킹을 당했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이 일방적이고 가해적인 관계인 스토킹에 이르게 되는 경로 중 하나는 일방적인 동경을 관계에 대한 망상으로 발전시켜 관계 맺기를 강요하는 경우다. 이 경우, 스토커들은 정신분열증이나 환상장애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애정망상(erotomania)'이라고 부른다. 잘 알려진 사례들은 헐리웃 영화 ’보디가드(The Bodyguard)'에서 묘사한 것처럼 주로 연예인이나 유명인에 대한 스토킹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주변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2005년 5월 전라북도에 있는 한 주차장에서 각기 가정이 있는 50대의 모 대학 직원이 30대의 중학교 여교사를 목 졸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처음 두 사람이 내연관계에 있다가 치정문제로 다툼이 생겨 발생한 사건으로 보았으나 사실은 가해자가 1년 7개월 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전혀 모르는 피해자를 줄곧 스토킹해오다 피해자가 끝까지 거부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혼자만의 망상적 애정을 실현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관계 맺기를 요구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매우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는 고통과 불안, 두려움에 치를 떨며 괴로워하지만 주위에서는 그 내막을 잘 알지 못하고, 설사 안다 해도 별 대책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일방적 애정공세 - 끝나지 않는 통제욕으로 이어지다  

 또 다른 경우는 서로 관계를 맺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이별을 하거나 관계변화에 대한 서로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별을 거부하거나 일방적으로 관계변화를 강요하면서 스토킹이 이루어지는 경우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애정집착(love obsession)'이라고 부른다. 감정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는데 매우 서툰 이들은 한번 관계 맺기에 성공하면 다시 못 올 기회로 받아들여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넘치는 친절과 관심에 호감을 느꼈던 상대방도 점차 부담을 느끼게 되고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관계가 아닌 일방적인 질주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면서 관계의 종결을 원하게 된다. 선후배나 직장동료로 생각하는 상대방에게 애정관계를 요구하다 거절당하면서 시작되는 스토킹, 이성친구나 연인 혹은 부부관계였다가 관계가 단절되면서 시작되는 스토킹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혼을 요구하며 몸을 피해 있는 아내를 줄기차게 스토킹하다 쉼터로 몸을 숨기자 아내를 내 놓으라며 처갓집과 상담소 등을 쫓아다니다 흉기를 휘두르고 마는 스토커나, 헤어지자는 애인의 마음을 돌리려 집요하게 따라다니고 연락을 취해 괴롭히는 스토커, 이성이 아닌 동료나 선후배 혹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 하는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이성관계를 요구하고 다른 이성과의 만남이나 대화를 차단하고 방해하는 스토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의 스토킹에는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심리와 복수를 하고 싶은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대개의 스토커들은 “상실감, 분노, 짜증, 질투, 증오, 우울” 등의 감정을 격하게 느낀다. 극히 일부지만 소위 “맹수 형”이라 불리는 스토커도 있다. 이들은 불특정 대상자 중 적당한 사람을 골라서 집요하고 계획적으로 스토킹 하는데, 스토킹을 통해 자신이 “강하고, 통제권을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쁨을 즐기고자하는 심리”가 작용한다.  이들은 때로 스토킹을 하기 전에 대상자에 대해 철저히 연구하고 실행을 하기 전에 예행연습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중 많은 경우는 편집증 환자이고, 성범죄 경력이 있다. 


 어떤 경우든지 간에, 스토킹 행위를 하는 가해자는 심리, 인지 혹은 성격상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며 피해자의 행동이나 반응과 무관하게 이미 스토킹을 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의 문제는 치료와 상담, 교육 등을 통해 발견하고 치유해야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거나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야기하고 상대방에게 어떤 피해를 주게 될지를 모르는 중증 정신질환자는 결코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면제 혹은 감경되는 ’심신미약‘ 나 ’심신상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고 봐서도 안 된다. 특히, 이들 중 다수는 스토킹처벌법 등의 부재로 경찰의 제재나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스토킹을 행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충동성과 축적된 분노는 언제 극단적 폭력행위로 표출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아울러, 이들의 성격이나 심리, 인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료프로그램 역시 스토커의 자발적 참여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형사제재 등의 강제적 울타리 내에서 부과시킬 필요가 있다. 비록 동정과 측은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아동기 혹은 성장기 악영향이 그 원인이라 하더라도, 집착과 소유욕이 강하며 거절이나 무시를 견디지 못해 상대방을 극한의 괴로움과 불안, 두려움으로 몰아넣는 스토커에게는 보다 강력한 제재와 처벌이 필요한 이유다.


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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