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0.04.07 15:36

이야기가 있는 16기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나무와 월경] 멋진 그녀들의 목소리로 함께 나눕니다.


[나무의 이야기]
  소속된 곳에서 성폭력 사건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선배들의 조언을 받고 활동가를 위한 이런저런 책을 보며 사건을 다뤘지만 시시각각 변해가는 사건의 변화에서 너무 많은 충격과 무기력을 느꼈습니다. 결국 내 안의 힘을 채우고 더 알지 않으면 무너져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과 절박함으로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을 찾게 되었습니다.

  두려움과 절박함으로 시작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즐거움만으로 편하게 들을만한 교육은 아니었습니다. 오전10시부터 시작되는 6시간의 장시간 강의는 몸을 피로하게 했습니다. 또 강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디어의 선정성을 압도해버리는 잔인하면서도 일상적인 성폭력/성폭력적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도 심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피로와 고통 속에서 틈틈이 발견했던 것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일상을 그저 단순한 일상으로 보지 않을 수 있게 해준 여성주의, 또 그 단순하지 않은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피해생존자의 목소리 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여성주의의 힘, 그리고 여성주의의 힘으로 이루어진 활동/상담이 만들어낸 많은 개인/사회적인 변화와 치유들. 그 발견들은 때로는 잘 보이는 곳에 때로는 안 보이는 곳에, 그렇지만 강의 곳곳에 놓여있었고 그것들이 제가 앞으로 만날 피해생존자들에 앞서 우선 제게 많은 힘을 주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은 교육이면서도 활동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교육으로 얻은 많은 지식과 고민들, 내부에 채워진 힘으로 앞으로 삶 속에 잘 녹여가며 실천해나가겠습니다.

[ 월경의 이야기 ]
  바람이 날 이끌었다. "혜빈, 같이 성폭력 전문 상담원 교육 듣자. 짱 좋아!" 라고, 내가 무한정 신뢰하는 바람의 제안이기도 하고, 현재 하고 있는 직업의 근무 환경이 '성폭력' 문제와 밀접히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에 교육을 수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먹는 그 순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 결정이 '내 인생의 good choice BEST 5' 안에 들 만큼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3월 17일 수요일. 나루 지하 1층 교육장. 상담원 교육을 여는 첫 시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상담소 활동가 '써언'과 '달개비'가 16기 성폭력 상담원 교육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친절히 설명한다. 뒤 이어서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해보고자 '별칭짓기'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난 내 별칭을 '월경越境'이라 지었다.
안과 밖의 경계, 닫힘과 열림의 경계, 이쪽과 저쪽의 경계 그리고 당신과 나의 경계를 넘어 편견없이 서로 어울려 다채로운 삶을 살아내자는 의미로. 내 별칭이 너무 맘에 든다! 이 시간 이후로 난 '혜빈'에서 '월경'으로 불리게 된다. (업그레이드^.^)

  전희경 쌤의 강의를 시작으로 2주 동안 쉼 없이 이어진 주옥같은 강의들. 매 강의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러나 꼭 알아야만 했던 부분들을 깨달아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내 모습까지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는 고통스런(?) 시간도 있었다.
  상담원 교육의 커리큘럼은 '반폭력 감수성 키우기/섹스,젠더,섹슈얼리티'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에서부터 '상담원리/법적·의료적 지원체계/ 성폭력 가해자 교육'과 같은 심화 내용까지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강의를 듣고, 그에 대한 생각을 교육생들과 나누고, 모르는 것은 질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성장하는 내 모습이 느껴졌다.

  또한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담소 활동가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교육생들의 불편한 점을 꼼꼼히 챙기고, 재빠르게 조치해 주었던 활동가들에게 감사드린다.

  지금껏, 세상의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둘러보고 산다고 자부했었는데 이번 교육을 계기로 내가 아직 생각해 보지 못 한 지점들이 많이 있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16기 성폭력 상담원 교육은 내게, 아직 갈 길이 멀었으니 더욱 분발하여라! 는 따끔한 일침과 놓음과 동시에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삶의 지혜가 되어주었다.

  다시 한 번 느낀다. "아~ 참 감사하다. 이런 기회."

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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