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안/즐 성교육2011.08.10 10:57

 

  

여러분은 살면서 몇 번 정도 성교육을 받아보셨나요?
지금까지 받았던 성교육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교육은 어떤 내용인가요?
그리고 그 성교육은
재.미.있.고 유.익.했.나.요?

 

ㄱ모씨(20대) "중학교 때 두,세번 받은 게 전부인 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도 안나요"

ㅇ모씨(40대) "고등학교땐가.. 외부에서 강사가 왔는데 그 낙태 수술하는 비디오만 한 시간 동안 봤던 거 같아"

ㅊ모씨(50대) "우리 땐 뭐 그런 것도 제대로 없었지..생물시간이나 가정시간에 선생님이 뭐 조심해라 그런 얘기가 전부지 뭐"

 

역시 안타까운 경험들뿐이군요 ㅠㅠ
그렇다면 세월이 흘러 요즘의 청소년들은..? 아무래도 훨씬 나아지지 않았을까요?

ㅂ모씨(10대) "맨날 정자, 난자 그런 거 말고요~ 좀 더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성교육 없어요?"

 

오 마이 갓! 21세기의 청소년들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이 슬픈 현실!!
하지만 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 만난 친구들은 조금 다른 경험을 갖게 되었다는데...
민우회 성교육 현장에서 만난 10대들의 진실 혹은 대담! 지금 공개합니다 ^^

 


    

 교실 성교육, 그 열띠고도 흥미진진한 시간!

   

연애와 성적 의사소통을 주제로 2차시에 걸쳐 진행된 00여고 1학년 *반 성교육의 한 장면.
'내가 꿈꾸는 연애는?'이란 질문에 각자 답을 적은 쪽지를 모아 공유해보니,

 

달달하고, 그 사람이 아니면 미칠 것 같은 '미친 사랑'
화끈하고 정열적인 사람과 연애 ^^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애. 스킨십 굿~
친구 같은 거 안 되고! 연상이어야 함. 매일 설레고 서로 존칭을 써야 함. 무심한 듯 시크한 연애
서로 존중받는 연애. 성차별이 많지 않은 연애(더치페이.. 등등)
평범하고 소소한 연애. 솔직하고, 유쾌하고, 재미있는 같이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은!

 

40명 남짓 되는 인원이 서로 성격도 취향도 다른 만큼 바라는 연애상도 가지각색 ^^

그렇다면 그런 연애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열해본다.

 

나에게 있는 것 : 시간, 정열, 순수함, 미래...
나에게 없는 것 : 애인, 돈, 시간, 완벽한 성지식, 차...

 

누구보다 자신의 위치나 조건에 대해 잘 알고, 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
그렇기 때문에 '연애는 <환상>이 아닌 <현실>이다' 라는 강사의 말에 쉽게 공감한다.

 

이제 현실의 연애에서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들, 데이트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차례.
일방적인 감정만을 전달하며 상대의 일상을 압박하는 스토킹 상황이나 상대방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섣불리 시도하는 스킨십 갈등 상황 등 연애 과정에서 흔히 부딪히는 상황들을
스스로 해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민우회 성교육의 핵심! 때문에 연애에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성적 의사소통'인 것! 그랬더니만 어라, "그런 걸 왜 물어보고 해요~ 알아서 해야지.. 찌질해서 싫어요~"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손잡아도 되는지, 키스해도 되는지 물어보면 분위기를 깬다나? ^^;


  강사 : 분위기 잡히면 물어보지 말고 그냥 알아서 키스하는 게 좋다는 뜻?

  학생들 : 그럼요~
  강사 : 자, 그럼 내 뜻을 묻지 않고 알아서 하는 키스가 좋다고 했을 때 내가 원하는 멋진 상대가
나한테 알아서 키스할 확률이 높을까요, 아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자기 맘대로 나한테 키스할 확률이 높을까요?
  학생들 : 헉! 그,그건;;
(-_- 비호감인 사람으로부터의 강제 키스 장면을 떠올리고 이미 비위가 상해버린 표정들;;)
  강사 : ^^ 사람은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능력은 없기 때문에 솔직하고 정확하게 언어로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죠. 원치 않는 스킨십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학생들 : 호오.. 0_0 (끄덕끄덕)

 

이렇게 분위기가 한참 달아오른 상황에서 야속한 수업 종은 어김없이 울리고, 아쉬운 탄성들 사이로 "성교육 더 해주세요~ 또 오세요~"하는 즐거운 함성도 들린다. 보다 잦은 성교육 시간이 배치되어 또 보게 되길 희망한다는 말로 인사를 전하고 학생들의 평가서를 받아보니,'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솔직한 성교육은 처음이라 더 인상 깊었다' 등 반가운 소감들 ^^ 앞으로 받고 싶은 성교육 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적힌 한 답안에 꽈당~! >0<

 

'덕분에 이론은 이제 전부 다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젠 실습 시간만 있으면 돼요~'

 

 

 

거리 성교육,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참여하는 체험의 시간!

 

@@중학교 축제기간, 대강당에 민우회 체험식 성교육 부스가 설치됐다.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순서별로 각 프로그램에 자유롭게 참여한다.

 

징검다리 발판을 밟으며 각자의 성 가치관을 점검해보는 <성 인식 징검다리>는 인기 코너 중 하나. 한 여학생이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는 것이 좋다'를 선택하는 발판에서 yes를 고른다. 강사가 다가가 이유를 물으니 '그냥 내 돈이 안 나가니까 좋은 거'란다. ^^; 다행히 성차별적인 생각에 근거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강사는 평등한 관계 맺음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짚어준다.

 

<반(反)성폭력, 리플을 달아라>코너에는 포스트잍에 서로를 지목하며 고발행위(?!)가 한창이다.
적어놓은 쪽지 내용을 살펴보니

 

0반 김00이 자꾸 여자애들 밑으로 슬라이딩하면서 치마 속을 봐요!
00야 너 자꾸 내 가슴 만지지 마.'
박00아, 오줌 눌 때 자꾸 쳐다보는 것은 성희롱이다

 

라는 준엄한 경고까지! 일상에서 서로 장난치는 와중에도 성적으로 불쾌한 행동이 있을 수 있음을 방금 배운 티가 역력하다. 맥락에 따라 성폭력이 정의될 수 있음을 알았으니 일상에서 어떤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가가 숙제로 남는다.

 

줄까지 서서 기다리는 <월경주기 팔찌 만들기>코너에선 다들 초집중 상태로 구슬꿰기 삼매경. 각각 배란일, 월경 시작일, 가임기 등을 의미하는 구슬을 자신의 월경주기에 맞게 늘어놓아 임신이 되는 원리여성 몸의 순환주기에 대해 배우고 피임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처음엔 '남자가 이걸 왜 만들어요~'하면서 몸을 빼던 남학생들도 사뭇 진지하게 팔찌를 만들며, 완성한 후에 엄마나 여자친구에게 갖다 줄 거란다. 여학생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강사에게 월경에 대한 궁금증을 보따리로 쏟아놓는다. 주기가 들쭉날쭉한 것도, 왠지 냄새가 날 것 같은 걱정도, 월경혈의 색깔도, 통증도 모두 궁금한 것투성이다. 강사는 아직 월경이 불안정할 수 있을 시기임을 설명하며 안심을 시킨 뒤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니 늘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변화 상태를 기록해볼 것을 권한다.
 
한편, 언제나 가장 소란스러운 곳은 <다양한 피임방법과 콘돔 실습> 코너. 성은 늘 은밀하게 이야기하거나 짓궂은 장난거리로만 생각해왔던 터라 개방된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성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무래도 쑥스러운 모양. 콘돔이란 단어에 여기저기서 "헉! 꺄악~" 하는 비명들이 난무한다 ^^; 모형성기에 직접 콘돔 사용법을 실습해볼 것을 권하자 손사래를 치며 멀찍이들 도망가더니 안 보는 척하며 귀 기울이고 있다가도 용기있는 친구가 나서니 다들 슬금슬금 모여든다. 무턱대고 민망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 그럴 필요 없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서로 자기가 해보겠다며 야단법석. 강사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피임의 중요성사용 시 주의사항을 꼼꼼히 일러준다.

 

그 밖에 모든 부스 체험을 마치고 나면 간단히 소감을 적는 마무리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교실에 앉아서 받는 일반 성교육보다 새로운 내용이어서 재미있었다
나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내 몸을 잘 아끼겠음!

 

흐뭇한 소감들 사이로 강사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 솔직한 소감 하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시니 우리가 난감했다 >0<

 

 교실에서 혹은 거리에서 10대들을 만나 성교육을 진행할수록 더 자주, 더 깊이 만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10대들에게도 성은 이미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로는 가장 진지한 고민거리가 되기도 하는 현실이지만                     알아도 아는 척할 수 없고 몰라도 속 시원히 물어볼 수 없는 그 무언가로 만드는 건 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지요.

 


 

자꾸만 눈길이 가는 그 친구에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제안하는 방법,
시시때때로 변하고 성장하는 내 몸을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
나의 성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성을 존중할 수 있는 태도
10대들이 나와 다른 사람의 성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 배워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당당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성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오늘도 교실로, 거리로 10대들을 만나러 갑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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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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