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09.04.10 16:40

3월의 멋진 하루, 그 뒷 이야기 _아리.*

몸 속에는 자물쇠로 굳게 잠긴 낡은 서랍 있었다.

 어느 누군가에게도 열어 보일 수 없는, 차마 내 스스로에게도 말을 건넬 수 없었던 그 낡은 서랍 속 이야기가 문득 문득 떠오를 때면 괴로웠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 서랍을 소리 없이 봉인했고, 난 도망쳤다.

 죽어버린 말, 말라버린 혀, 쓰지 않았기에. 시간의 기억 속에서 매장됨. 사용되지 않음. 침묵됨.

- Teresa Hak Kyoung Cha 의 시 중.

바로 어린 시절, 그 숱한 성적 놀이와 경험들.

이웃집 언니와 몸을 만지며 했던 병원놀이에서부터

인형을 끌어안고 클리토리스를 부비며 떠올렸던

성적 판타지들.

결국 차단되어지는 나의 욕망,

그럼에도 지속되는 욕망과

쳇바퀴 굴러가듯 또다시 밀려오는 죄책감.

 

그리고 각인 되어진 추행폭력들.

 

성적 욕망과 폭력이 뒤범벅되어 해독(解讀)되지 못한 채

15여 년 동안 내 서랍은 그렇게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제야 봉인된 서랍 속 이야기를 할 용기가 생긴다.

바로 이번 멋진하루에서 만난

다섯 명의 여성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그러한 성적 경험들이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정말 정말 위로 받았다.

도화지에 펼쳐진 알록달록 그림처럼

그녀들의 경험은 나름의 모양을 가졌다.

그렇게 망각했던, 지우고 싶었던

그 낡은 서랍 속 이야기들

실타래가 풀리듯 하나 둘 쏟아져 나오면서

우린 서로를 보며 놀랐다.

왜 우린 그 성적 경험에 대해

그토록 이야기 할 수 없었던 것일까?

혹은 왜 그 동안 기억되지 않았던 것일까?

난 왜 어린 시절, 성적 놀이에 대하여

잊고 싶어 했던 것일까?

삐걱거리는 내 기억은

어째서 맨 얼굴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일까?

함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상실되거나 망각된 그 기억들이

자연스레 내 일부가 되는 경험,

그리고 현재의 위치에서 과거의 경험이 해독(解毒)되는

놀라운 그 변화를 느낀다.

우리 이제 하나, 둘, 발성연습을 더 해보자.

유쾌한 노래가 터져 나오는 그 날까지- ^----^ 아아~아아아~

 

P.S.

 1년이 걸리겠지만, 다큐가 완성되면 다시 만나

 우리가 또 이번엔 어떻게 어린 시절,

 성적 경험들을 기억하는지 이야기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음.

 기억창고를 서랍으로 비유한 꼬깜의 표현이

 내 맘을 콕콕 대변한지라 차용해봤음.

 묘운의 논문은 무진장 무진장 많은 영감

 팍팍 주고 있음.

 그대들 다시 보고 싶음.

- 아리

 

 

* 4월의 멋진하루는 세번째 화요일, 21일 늦은 7시 30분

<내 몸으로 떠나는 타투 여행>을 주제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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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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