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2.08.13 11:16

성교육 강사교육의 대미는 그동안 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들을 가지고 두 세 명이 한 모둠이 되어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한다는 설정으로 모둠별로 강의안을 만들어서 시연 해보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밤낮없이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와 열대야, 이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 그리고 밤잠을 포기하게 하는 올림픽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모든 모둠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린 멋진 강의안을 준비했답니다. 짝짝짝~~~~


첫 번째 강사로 나선 로리를 포함 사과뿡, 나무, 그리고 양묵까지 중학교 3학년이라기엔 감정이입이 좀 어려운 노안(?)의 학생들을 상대로 그간의 경험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조금은 긴장된 모습으로 진지하게 그러나 재미있게 소통하며 강의를 진행하고자 노력하는 발표자들의 모습에서 십대 청소녀들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강의들의 주제는 성을 매개로한 관계 맺기 중 대표적인 연애관계를 통해 성적의사소통과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 말하고자 하였고, 대표적인 예로 드라마나 각종 미디어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그려지는 상황들이 실제로는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폭력적인 상황일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각 강의 시연을 마치면 상호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전 직접 발표를 하지 않는다는 행운에 취해 ‘공기 반 소리 반’을 외치던 어느 예능프로의 심사위원이라도 된 듯 독설을 날리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랄하고 냉철한 그러나 애정 어린 비평들과 격려를 해주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속담처럼 전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것을 어떻게 잘 꿰어서 전달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었고, 특히 용어나 말투 그리고 질문들 하나까지도 좀 더 세심한 주의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해야겠다는 것을 막상 내가 듣는 입장이 되어보니 쉽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100시간의 성폭력상담 교육과 7주이상의 심화 세미나 그리고 24시간의 강사교육까지 올해 3월부터 6개월 가까이 이어져온 일련의 시간들은 그간 우리의 뼈 속 깊이 체화된 남성중심 가부장제의 불평등과 여성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 자각하고 인정하며 그것에 정당하게 분노하며 대응할 방법을 여성주의라는 언어를 통해 찾아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오늘의 강의안 시연은 성교육강사로서 얼마나 화려한 프리젠테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세대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가능성과 해석의 방법을 얘기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강의시연을 통해 어쩌면 강사로서의 자신의 능력에 의문을 갖게 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점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그것을 채워가려 공부하는 것이며, 자신과 만나게 될 대상들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유명한 강사는 아니어도 좋은 강사는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교육은 끝이 났지만 이후 서로 각자의 삶 속에 건강한 자극제 역할과 든든한 지지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소중한 관계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모두를 너무 멋지십니다.

글쓴이 : 민들레

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