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시각2012.10.05 18:58

 피고인이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처와 다투다가, 처를 부엌으로 끌고 가 ‘너 죽이고 나 죽으면 될 것 같다’면서 주먹으로 얼굴을 수 회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벽에 부딪치게 하고, 과도로 얼굴을 1회 긁고 가슴·머리·팔·어깨·다리를 순차 찔러 14일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다. 이후 과도를 들고 더 때릴 듯이 위협하여 처를 강간하였다. (2011노2052/ 서울고법 2011.9.22선고)

본 판례는 남편이 아내를 상해하고 강간한 사건으로, 1심에서는 징역5년이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3년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항소심판결문은 형감경요소로 자백, 뉘우침, 술 취한 상태에서 부부싸움 중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상해정도가 무겁지 않은 점, 피해자의 선처탄원을, 가중요소로는 처를 과도로 상해하고 강간하여 죄질이 무거운 점, 피해자가 상당한 신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였다고 밝혀놓았다.

1.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시, 감경요소로 볼 것인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범죄의 경우,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책임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하게 된다(범죄를 행할 용기를 얻으려 술을 먹었거나, 주취중 범죄의 습벽이 있었던 경우는 예외이다). 본 사건도 ‘술에 취한 상태’를 감경의 이유로 삼고 있다. 

그러나 범죄로 인한 피해가 존재함에도 가해자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거나 감형하는 것은, 피해자 구제에 미흡하고 주취상태 범죄를 예방 할 수 없게 된다. 요즘 주취상태 폭력에 대해서도 대대적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고,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술에 취한 것만으로 그 행위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 2010년 성폭력특별법의 개정으로 성폭력 판결 음주감경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가 개선되었지만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반강간의 경우에는 여전히 음주감경에 대한 예외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

  2. 부부싸움 중의 폭력은 감경사유인가
본 사건에서 ‘부부싸움 중 우발적으로’ 범하였다고 하여 감경사유로 삼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가정폭력문제에 대해서 ‘사적인 일’로 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싸움에 폭력’이 개입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니다. ‘범죄’라는 공적인 영역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가 가족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부부싸움’이라며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 우발적으로 한 폭력이라고 감경해 주는 것은 부당하다. 서로 돌보고 보살펴야하는 가족에 대한 폭력은 가정을 위협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오히려 가중사유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3. 상해의 정도가 무겁지 않은가
상해의 개념에 대한 학계의 해석과 판례의 적용은 ‘생리적 기능 훼손설’에 입각해 있다. 신체적·정신적 손상으로 생리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경우 '상해’가 인정된다. (다만 아주 경미하여 범죄행위 없이도 발생할 수 있고, 별도의 치료없이도 자연치유 되는 경우는 제외된다.)

사안의 경우 항소심에서 강간죄와 상해죄가 인정되었는데, 위 사건을 판결한 법원은 ‘상해의 정도가 무겁지 않다’하여 감경요소로 삼았다. 그러면서도 가중요소로서 ‘피해자가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보인다고 엄벌하여야 마땅하다고 기술하였다. 감경사유와 가중사유가 배치되어 보이는 부분이다.

과도로 여러 군데를 순차 찔려 14주간 치료를 요하는 신체적 상해가 발생하였고, 심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되었다. 신체 상해가 ‘14주’라는 진단만으로, 상해의 정도가 경하다고 볼 수 없다. 정신적인 피해까지도 상해의 고려 범위에 포함시켜서 판단해야 옳다.

4. 피해자의 선처 탄원에 대하여
피해자가 고소를 하였고, 고소취소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처음의 의사는 처벌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선처탄원의사를 존중해야 하기는 하나,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가해자의 부모,형제나 남은 가족들로부터 합의 종용이 빈번히 이루어질 수 있고, 가해자가 집행유예등으로 풀려나는 경우 보복이 두려워 합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강간 사례에서 ‘합의’를 감경요소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5. 나가면서
가정폭력범의 경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르고, 술이 깨면 뉘우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신체적 폭력과 동시에 성폭력 가해를 동반하기도 한다. 반면 피해자는 가족인 가해자를 신고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제때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경찰에 신고가 되어 고소하고 법원의 판결까지 받는 것은 가해자가 여러차례 반복적인 가해를 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대부분 남편의 가해로 인해 아내와 그 자녀들이 오랜 시간 폭력에 시달렸으며 참다못해 공권력에 호소했다는 점을 주목한다면 ‘술에 취한 상태, 부부싸움 중’이라는 것은 감경요가 될 수 없다. 

종래 법원은 남편이 처를 강간하더라도,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처’를 상대로 한 범행에 대해서도 남편에게 강간죄를 인정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양형을 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사유를 이유로 감경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법원의 처벌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가정폭력, 처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 ‘범죄’로서의 인식 및 국가가 적극적인 처벌 의지가 요구된다.



 



상큼한 기운이 넘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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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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