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2006.02.21 11:48

성폭력 리플달기 : 딸기(11기 상담원)

내가 맡은 부스는 ‘성폭력 리플달기’로, 네 가지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적어서 그 주제에 맞게 붙이는 것이었다. 네 가지 주제는 각각 ‘① 성폭력이란, ② 성폭력은 XXX 때문에 일어난다, ③ 성폭력 피해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 ④ 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다. 처음 부스를 온 학생들은 이것이 낯설었는지 어떻게 적어야 할지 망설이다가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쓰는지 살펴보더니 적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전에 어떻게 쓸지 망설이지 말고 각각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대로 소신껏 쓰라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한 후 몇몇 학생들의 글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나에게 매우 충격적이었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심각한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몇몇의 학생들의 글에는 진지함이 배어있었고 다른 아이들이 쓴 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지적하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며 이 시기에 학생들은 이차 성징을 경험하면서 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지게 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올바른 성지식에 대한 교육이 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성교육을 여학생들만 받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성폭력 예방을 위하여 실질적인 성교육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부터 이성교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 그들에게 건전한 이성교재와 올바른 성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반성폭력 징검다리: 봉달(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징검다리1사진)

넓은 강당, 온풍기가 몇 대 있긴 하지만 성능은 시원치 않아서 그 주위만 온기가 돈다. 아침부터 추위에 떠느라 손발이 다 얼었지만,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코너 곳곳에선 열기가 감돈다. ‘오늘은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기대 반 걱정 반인 표정들.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삼삼오오 아이들이 강당으로 들어선다. 친구들과 장난치는 아이들, 담요를 둘러맨 아이들, 얇은 스타킹을 신고 잔뜩 움츠린 채 들어오는 아이들, 무심한 표정의 아이들, 들어오는 모습들도 제각각이다.

내가 맡은 ‘반성폭력 징검다리’는 입구에서 가까운 바닥에 설치되었다. 예쁜 색의 발바닥들이 강당 바닥에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질문하는 징검다리를 만들고 있다. 호기심이 생기는지 아이들이 먼저 관심을 보인다. “이거 해봐도 되요?” “응, 이따가 같이 해보자.”
진행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징검다리 쪽으로 몰려온다. “솔직하게 해 보세요~” 아이들은 첫 징검다리부터 절반 정도씩 나뉘어 진다. “데이트 비용은 당연히 남자가 내야지.” “아니야, 같이 내야 돼.” 그리고 의외로 진지한 모습으로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 자신이 해당하는 번호를 찾아간다. ‘성관계를 할 때 먼저 피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다’에서 ‘yes'인 아이들이 많은 걸 보니 흐뭇하다. 하지만 데이트 할 때 ‘남자 아이들이 리드해야 한다’거나 ‘싫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따라다니면 사랑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녀석들도 꽤 있다.

“몇 번 나왔어요?” “5번, 6번, 10번, 11번요” 저마다 가지각색이다.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는 것, 성폭력은 일상 속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 평등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아이들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눈다. "다시 한번 해봐도 되죠?“ 이 아이들은 정답을 찾아가는 것일까 솔직한 자기 모습을 돌아보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그다지 중요할 거 같진 않다. 한번도 던져 보지 않았던 질문들을 접해보는 것만 해도 이 아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이 될 테니 말이다.

솔로몬의 선택 : 너굴(10기 상담원)

‘솔로몬의 선택’은 법에 대해서 알아보는 코너이다. 청소년보호법, 성매매방지법, 성폭력특별법에서 뽑아낸 법률 조항을 가지고 참가자들이 O․X로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법은 범인(凡人)이 접근하기에는 그 생소한 단어들 때문에 두렵고, 또 딱딱한 내용 때문에 지루하기 쉽다. 특히나 청소년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솔로몬의 선택’은 빠른 속도감과 퀴즈형식으로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고 있다. 평균 10개의 조항을 가지고 진행하지만, 참가자와 얘기할 수 있는 내용은 10가지 보다 많다.

“친족관계에 있는 자가 강간을 범할 때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는 조항에서 우리는 ‘① 일반적으로 밤길을 혼자 돌아다니다가 동네 불량배에게 당하는 것이 강간이라고 생각하지만 면식범에 의한 강간의 확률도 높다 ② 그 중에서도 가족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강간은 더 가중처벌 당한다 ③ 강간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강간을 성기집중적으로 보지만 성폭력은 더 다양한 유형으로 존재한다 ④ 친족관계 안에서의 피해는 가족이라는 것 때문에 은폐되기 싶지만 그 만큼 더 고통스럽고, 사건이 알려진 후에는 쉼터 등에서 가해자와 분리된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등을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법조계 해석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강간/성폭력의 개념에서부터 사회적 통념, 대처방법까지 설명할 수 있다.

법률에 대해 소개함으로 해서 일상적인 성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 수 있다. 법이 현실을 모두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률로써 정해져 있다는 것은 현실에서 큰 힘을 가진다. 특히 일상 속에서 너무 사소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것들도 법속에 명시되어 있다는 것은 자신의 피해를 설명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추행이라던지, 몰래촬영하는 행위 또는 성적인 사진․문자등을 보내는 행위 등 불쾌한 경험이지만 물리적 피해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의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하면 ‘이런 법이 존재하니까 앞으로 좀더 당당하게 피해를 얘기할 수 있겠다’라는 반응들을 보일 때면 마냥 뿌듯하기도 하다.

‘솔로몬의 선택’에서는 법을 정확히 외우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친족간의 강간은 5년 이상 식으로) 그 법조항들이 만들어진 사회적 배경과 개념의 의미들을 살펴보고,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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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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