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통계2013.03.11 16:56

성폭력상담소 상담원들이 한 건~ 한 건~ 정성들여 진행한’

<2010 상담 총 정리! - 상담통계와 분석>

최김하나(하나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2010년에도 성폭력상담소는 열심히 상담 활동을 했다. 주되게는 성폭력 피해 이후의 상황을 지원하고 지지했고, 가끔 성폭력 가해자와 그 주변인들을 상담하기도 했으며, 간혹 성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도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활동은 상담소가 진행하는 대표적 일상 업무이다. 이는 다시 말해 상담 활동 없는 상담소는 떠올릴 수 없지만 동시에 상담업무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 역시 그만큼 쉽지 않음을 뜻한다. 또한 상담활동은 상담소가 우리 사회의 성폭력 지형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반성폭력 운동의 방향을 계획하는 데에 중요한 근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굉장한 의미로서 지난 1년간 줄기차게 진행해온 상담 활동을 한 눈에 파악하는 유익한 페이지를 여러분은 지금 마주하고 계시다.


1. 전화 상담과 면접 상담 증가 및 ‘포털사이트 공개 게시판’ 찾아가는 상담 시도

2010년에는 총 1,337회의 상담을 진행했다(그림1. 참조). 총 상담횟수는 2009년의 1,353회에 비해 약간 감소했는데 이는 올해부터 이메일을 통한 상담의 공식적인 홍보를 중단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메일을 통한 상담은 내담자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긴밀한 상호소통을 하기에 한계가 있어 내담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지원방향을 함께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올해부터는 공식적인 상담 통로에서 이메일을 통한 방식을 없애고 대신 상대적으로 상호 소통이 원활한 전화나 면접 방식의 상담을 적극 권유했다. 그 결과 올해 전화상담은 예년에 비해 전체 회수(1006회)와 비중(75.2%)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하였으며, 면접상담의 경우 작년 대비 회수(179회)와 비중(13.4%)이 소폭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인터넷 사용률이 높은 10대 등의 상담 접근이 다소 차단되는 현상을 보완하고자 자원상담원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온라인 상담 형식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공개 게시판 상담’을 시도했다. 2010년에는 18회의 상담을 진행했으며 이는 전체 상담회수의 1.3%에 달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찾아가는 공개게시판 상담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나 지식이 확산되는 것에 제동을 거는 효과와 더불어 공개 게시판의 특성상 당사자 외의 사람들도 성폭력 피해 이후 법적, 의료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2011년에도 계속해서 공개 게시판을 통한 상담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2. 연속 상담 내 피해자 상담 비중 증가 - 내담자 역량강화에 청신호

<표1.> 내담자 유형별 단회/연속상담 횟수

 

성폭력 상담

기타 상담

총계

피해자

가해자

제3자

소계

단회상담

424

34

250

708

61

769

59.9%

4.8%

35.3%

100%

연속상담

360

74

129

563

5

568

63.4%

13.1%

22.9%

100%

소계

784

108

379

1,271

66

1,337

2010년 성폭력 관련 상담은 708건에 대하여 총 1,271회(전체 상담회수의 95.1%) 이루어졌고, 나머지 66회(4.9%)는 성 관련 상담을 포함한 기타 상담이었다(표1. 참조). 성폭력 관련 상담 중 상담을 2회 이상 지속한 연속상담은 563회 이루어졌는데, 주목할 것은 성폭력 단회 상담에서 내담자의 55.5%를 차지하던 피해자 상담(424회)이 성폭력 연속상담에서는 63.4%(360회)로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연속 상담은 단회에 그치는 상담에 비하여 내담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한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측면에서 연속 상담의 전반적인 증가추세와 연속 상담 내 피해자 상담의 비중 증가는 긍정적 신호이며, 상담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졌다는 것과도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참고로 가해자 상담의 연속상담 횟수 증가는 가해자교육의 일환으로 상담이 진행됨에 따라 의무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분석에 포함하지 않음.)


3. 가해자는 아는 사람! & ‘쿨하지 못해 미안해’ - 데이트 관계 후의 스토킹 피해에 주목

<그림2.>를 보면 2010년 전체 성폭력 관련 단회 상담 중 피해 유형이 파악된 상담은 총 733건이고, 여기에는 피해자 1인이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경험한 경우 중복 체크한 것도 포함되기 때문에 2010년 전체 성폭력 관련 단회 상담의 총계와 합산수치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가자. 피해 유형별로는 1) 성추행/성희롱 2) 강간 3) 스토킹 4) 통신매체 이용 순으로 상담 건수가 많았고, 가해자-피해자 관계별로는 1) 직장 상사 및 동료 2) 친구와 선후배 등 지인 3) 전/현 데이트 관계와 배우자 4) 친/의부와 친인척 순으로 상담 건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대다수의 성폭력 피해(80%이상)가 친밀하거나 신뢰감이 형성된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올해도 어김없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성폭력 피해는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와 더불어 기존 인간관계에 대한 신의와 유대감을 훼손함으로써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관계망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서로의 안전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부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낯선 사람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 범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 염려될 따름이다. 물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상담소의 노력과 적극적인 활동이 더욱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위 그래프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체 스토킹 피해의 58.6%가 전/현 데이트 관계 및 배우자 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58건 중 34건이 해당) 변화된 관계에 책임 있게 임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사랑을 빌미로 상대를 괴롭게 하거나 공포를 조장하는 상황까지 치닫는 사례들이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경우 특히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연애과정에서 알게 된 상대의 비밀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거나 둘만 소장하고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상담소에서는 작년에 이어 2011년에도 ‘몰래카메라’ 범죄 대응요령 및 문화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4. 숫자로 다 하지 못한 말들 - 2010년 상담소의 식스센스

상담통계수치는 방대한 양의 상담활동을 한 눈에 파악하도록 돕는 도구가 되기는 하지만 다양한 상담이 각기 담고 있는 깊이나 색깔을 드러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올 한 해 상담원들에게 ‘딱 걸린’ 상담 경향 중 한 가지는 ‘직장 내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특성의 변화’이다. 그간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은 주로 지위와 권력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안전하고 쾌적하게 일 할 권리를 동시에 침해한다는 점에서 문제제기 됐던 특성이 있다. 직장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하여 발생하는 성폭력인 만큼 결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최근 상담에서는 발생 배경에서 그 맥락을 달리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회식 후 피해자가 만취한 틈을 타 강간이나 추행을 하는 경우인데 이 때 가해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정하기 보다는 ‘있을 법한 로맨스 내지는 해프닝’으로 여기는 식의 ‘데이트 성폭력’의 전형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직장 내 관계에서 발생하는 위계와 위력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성적의사소통 실패로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문제는 다른 관계에서 발생한 데이트 성폭력에 비하여 ‘직장’이라는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을 감수해야한다는 점이다. ‘직장’이라는 공간이 가해자에게는 가해 조건을 형성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데에 반해 피해자에게는 피해 이후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은 기존의 직장 내 성폭력 피해와 동일한 부분이다. 따라서 기존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상정한 소위 ‘김 부장이 미스 리의 몸매를 칭찬하는 문제 행위’의 성희롱뿐만 아니라 성적의사소통 능력을 점검하고 향상하는 내용의 교육과 문화 개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 다른 경향은 10대 여성의 연애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경계의 애매함에 관한 것이다. 우리의 고민은 이러한 내용의 상담이 주로 10대 여성의 보호자들, 즉 제3자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데에 있다. 최근 1,2년 사이 성범죄에 대한 언론 보도가 크게 늘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과 감수성이 높아지는 현상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논의의 초점이 주로 보호나 분리조치에 맞추어지다보니 10대의 성에 대한 보수적 사고방식도 따라서 강화된 측면이 있다. 10대들의 성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보호자들은 딸의 연애 관계나 성적 행동을 당혹스러워 하며 상대 남성(또래나 선배 혹은 성인)을 비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지에 관해 상담을 요청한다. 이 경우 내담자들이 요청하듯이 모든 상황이 성폭력 혹은 성적인 문제 상황이라고 할 수 없으며, 동시에 모든 상황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성별과 지위의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복잡한 지점을 설명해야하는 과제가 상담원들에게 주어진다.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가 직접 상담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시라는 말로 상담을 맺지만 보다 섬세하고 적확한 언어적 표현이 절실하다.

이렇듯 2010년 상담활동은 기존의 성과를 탄탄히 다짐과 동시에 내담자의 욕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내담자를 역량강화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시도했음을 확인하였다. 2011년에도 일상에 촘촘한 균열을 낼 수 있는 상담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많은 기대와 지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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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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