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시각2013.05.07 08:00

                                                                                                                                              





2013년 성폭력 관련 법률이 바뀐다. 이것저것 많이 바뀐다. 6월이 되면 성폭력에 대한 친고죄가 폐지된다. 항상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대답만 들어오다가 '지금'이 되어버리니 조금 어떨떨한 감이 있다.
작년 말 성폭력 관련 개정 법률이 국회에서 후루룩~통과되는 걸 목격하면서 국회에서 의지(?)만 있으면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거라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새로운 제도와 법률을 익히느라 상담소 활동가들은 분주하다. 개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연말에 쫓기 듯이 통과시킨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개정 법률안을 검토 중 ‘오호라. 이런 조항이 생겼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한. 누가 이렇게 구석진 곳을 신경 썼나 예뻐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조항을 발견하게 되었다. 최근 법률이 바뀌거나 새로이 생길 때 마다 우려하는 입장이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14조.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영리를 목적으로 제1항의 촬영물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 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의 14조는 ①, ③항의 내용으로만 이루어졌던 것이 지금의 ②가 추가되면서 원래 ②항은 ③항이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총 3개의 항으로 구성되었다. ②항이 추가되었다고 해서 언론에서 주목하거나 하지 않는 조항. 앞으로도 특별히 튀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할 몫만 할 이 조항은 민우회상담소 활동가들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②항이 추가된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동의 하에 촬영된 나체 사진이나 성행위 영상물은 유포하더라도 성폭력특례법으로 처벌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동의하에 촬영 된 나체사진 유포는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고 그것이 기사화되기도 하였다.

 


데이트 성폭력과 스토킹상담에서 ‘나체사진’, ‘성행위 동영상’이 협박의 도구로 사용되고 실제로 그 촬영물 때문에 피해가 장기화 되는 사례를 주목하고 있던 상담소로서는 이 기사를 보며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죄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개정 되기 전 법 조항 때문이다. 개정되기 전 법률「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13조.

제13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영리를 목적으로 제1항의 촬영물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 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줄친 부분을 다시 한 번 봐주시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에 해당하는 것은 상대 모르게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은 그 몰래 촬영된 것을 유포하였을 때를 말하고 있다. 이 조항은 촬영, 유포 모두 동의하지 않은 영상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것을 바탕으로 법원에서는 '동의하에 촬영했기 때문에 의사에 반한 촬영물이라 볼 수 없다. 때문에 유포하여도 성폭력특례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한박자 쉬면서 생각해 보자. 촬영에 동의 했다는 것은 개인 소장과 추억을 보관하는 것에 동의 한 것이지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는 것을 동의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면 유포된 것은 의사에 반한 촬영물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촬영과 유포는 분명 다른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반한 촬영물'이라는 전제가 있는 법률 조항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포괄하기 많이~ 부족한 법률이었다.  

2010년 당시 우리는 무죄 판결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논평으로 승화하고 동의하에 촬영 한 영상물에 의한 피해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캠페인<2010몰카를 추포하라>를 시작했다. 동의하에 촬영한 영상물이 단순히 명예훼손이나 음란물반포가 아니라 성폭력특례법에서 말하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의 죄>에 포함해야 하는 새로운 성폭력 유형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한편 이런 촬영물이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소비되는 우리사회 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이렇게 시작한 캠페인은 동의하에 촬영된 영상물 피해에 대한 여러가지 각도에서 접근을 시도하며 2013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1년에는 유포 협박의 상황에 놓여 있는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춰 대응 노하우를 수집하고 공유하였으며 2013년에는 유포를 차단하기 위한 실질적인 액션을 위한 팀 '추적자'를 기획했다. 추적자는 촬영물을 공유하는 사이트를 모니터링 하며 유포 차단을 위한 활동과 유포 피해에 대한 기획상담을 통해 지금까지 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런 시간들이 있으니 동의하에 촬영된 영상물이 성폭력특례법에 추가된 것이 눈길이 가고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번 법률 개정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법률이 만들어 진 것만으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나체사진, 성행위 동영상 유포 피해는 그 촬영물이 인터넷을 통해 무한 복사되어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피해상황이 중단되지 않는 것이다. 유포하는 가해자, 여성의 몸과 성경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비난, '단순 호기심 '이라고 주장하며 검색하고 다운로드하는 광클릭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이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다양한 고민과 활동에 대한 기획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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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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