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4.05.22 11:22

성폭력이 말 못할 경험이 아닌 
          '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지원단 서정연
 

성폭력상담원 교육을 마치고 처음 나서는 성폭력 피해자 재판동행 지원이다. 

사건에 대해 사전에 아는 바는 없었다. 법원에 도착해서야 여성민우회가 지원하는 사건으로 피해자의 보호자께서 요청하여 재판동행 지원하게 되었다는 것과 속행이며 두 번째 재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재판동행 지원단을 보니 마음에 힘이 된다고 말씀하시며 눈시울을 붉히시는 보호자를 뵈니, 재판에 동행했을 뿐인데, 도리어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재판동행 지원이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재판 동행 지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재판 동행 안내 메시지를 받고 서울북부지법으로 막무가내로 달려갔다. 짜이, 달개비, 웃자구, 동화, 졍, 쿵, 안은주, 변향숙 님과 나, 모두 9명이 모였다. 서울북부 지방법원은 도봉역이 접근이 용이하다. 수락산역은 도보 10분으로 처음 길은 다소 다리품이 들었다. 모두 도봉역으로 오셨는데, 나만 홀로 수락산역으로 법원도 낯선데다 길을 찾느라고 가슴도 떨렸다. 가슴이 떨리는 것은 낯선 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원단은 <성폭력 피해자 재판동행 지원단> 달팽이모양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재판장에 들어갔다.

공개재판으로 다른 사건 진행이 되고 있어서 조용히 방청석에 앉았다. 재판이 지연이 되는데다가 사건과 사건이 빠르고 쉬는 시간이 없이 진행 되어, 우리가 동행하는 재판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달개비가 “이번 사건이에요” 라고 알려주어서 우리가 동행한 재판에 대해 집중할 수 있었다. 오늘 동행한 재판은 속행으로 판사의 질문에 피고인이 “예” “아니오”로 답변하여 비교적 시간이 짧게 걸렸다.

재판 진행 중에 변호인이 피해자의 이름을 거듭 노출하는 것은 시정되어야겠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변호인이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변호인이 피해자의 이름을 부르고, 판사도 제지하지 않는 것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참관하기 전 짜이로부터 <성폭력 재판 과정에서의 피해자 권리 체크리스트>에 대한 안내를 받고, 재판 동행을 하고 난 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였는데, 재판부에서 개선되어야 할 네 개의 질문지에 오늘 재판은 전부 <아니오>에 해당되었다. 지원단의 체크리스트 결과를 모아 재판부에 전해져서 피해자 권리가 보호되고, 개선되기를 바란다. 재판은 3인 증인 요청이 받아들여져 다른 날 공판 예정되고, 피해자의 보호자께서 재판동행을 요청하시면 그때 다시 동행하기로 하였다. 재판이 끝나고 벤치에 앉아서 동행 지원한 재판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함께 식사하고, 다음 안내에도 막무가내로 동행하기로 하며 해산하였다.

몸이 아프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아프다고 말한다. 병원에도 가고 전문가에게 치료도 받고, 병은 자랑해야 낫는다고 아픈 데를 이야기한다. 내가 그만 말하고 싶어질 때까지 말한다. 곁에 있는 사람이 듣기 싫다고 그만 하라고 할 때도 내가 말하고 싶으면 이야기 한다. 아프기 때문이다. 아무리 말해도 시원치 않기 때문에, 가슴이 시원해질 때까지 말하는 것이다. 말해야 숨통도 트이고 공감을 받기도, 위로와 위안을 얻기도 하고, 동변상련이라고 친구를 얻기도 하고, 말하면서 더 나은 정보를 얻기도,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말하지 못해서 얻은 병은 말하면 낫는다.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은 더욱 더 안으로 곪게 된다. 말해도 되는 고통과 말하면 안 되는 고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성폭력은 말 할 수 없는, 아니 말하면 안 되는, 불편한 진실이 되었다.

성폭력이란 말 못할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내가 말하기 싫을 때까지, 내가 괜찮아질 때까지 말해도 되는, 사회에서 말하기가 통용이 되는 보통의 경험이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 성폭력 피해자 재판동행 지원단 경험을 글로 정리한다.

피해자가 혼자만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이 안정이 되고, 치유될 수 있도록 막무가내로 달려가는 성폭력 피해자 재판동행 지원단은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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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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