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4.05.22 13:57

법정 앞 공기는 무거웠다.
<성폭력피해자 재판동행 후기> 

 지원단 백민정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하는 ‘2014 성폭력피해자 재판동행 지원단’! 4월 25일 O.T 이후 드디어 첫 재판동행을 하게 되었다. 용인에 위치한 학교 기숙사에서 출발하여, 교대역에 위치한 서울고등법원에 10시까지 도착하기 위해서 아침부터 정신없이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런 바쁜 와중에도 내가 정말 하고 싶어 했던 활동을 하게 되어 나는 한껏 들떠 있었다.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하자, O.T 때 보았던 10여 명의 지원단 분들이 와 계셨다. 양복을 입고 심각한 표정으로 바쁘게 걸어 다니는 (변호사로 보이는 다수의)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다들 편한 모습으로 모였다. 하지만 법원 복도의 공기는 한껏 무거웠고, 우리 또한 실제 재판을 방청하게 될 생각에 어느덧 긴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505호 법정 앞을 맴돌며 재판목록을 확인하던 재판동행지원단 인솔자분께서 갑자기 우리 모두를 불러 모았다. 10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재판이, 가해자 측의 변론 요청으로 갑자기 다음 주로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물론, 피해자 가족 분들까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당연히 허무한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피해자 측에서 더욱 억울하고 화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편의 말이 옳고 그른지 확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객관적으로 이러한 일방적인 연기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최대한 빨리 상대방에게 알려주어야 할텐데, 왜 이러한 실수가 생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다른 선고공판을 방청하기로 했다. 첫 재판방청. 그러나 예상외로 선고는 5분 이내로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나는 30분 가량 방청하며 총 6~7명의 재판을 보게 되었다.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피고인이 앉았고,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아마 어릴 적부터 세상 사람들은 모두 착하고, 그러니 늘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 때문이었을 것이다) 짧은 재판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친지, 미성년자, 장애인 등 피해자의 특성은 다양했고, 범죄내용에 대한 간략한 언급을 들을 때마다 그들이 느꼈을 고통이 상상되어 마음이 아팠다.

재판방청이 끝나고 재판동행지원단 분들과 오늘 느꼈던 느낌들에 대한 이야기 시간을 가졌다. 다 같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선고공판일지라도 지나치게 빠르고 형식적인 재판이 진행되었다는 점이었다. 또한, 체크리스트에 기재된 사항인 ‘피해자 지원에 대한 안내’가 법원 내부에 부족했던 점이 아쉬웠다. 한 분이 법원의 남성적이고 위압적인 건축구조(외부에서 느껴지는 중압감) 및 내부형태(심지어 법정 바로 앞 엘리베이터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동승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다!)에 대한 지적을 해주셨다. 나는 법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사, 법원, 피고인 외에 배제된 ‘피해자’의 위치에 대해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성범죄에 대한 형량(특히 가해자·피해자 측의 선처, 심신미약상태, 반성의 기미가 보임 등을 원인으로 형량이 감소되는 참작 원인!)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 이외에 접근금지처분, 전자발찌착용, 성폭력범죄자 교육프로그램, 일정 봉사시간 이수 등의 추가 처벌에 대해서도 논의의 필요성을 느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서로 의견을 내주셨다.

처음 법원에 방문하여 실제 재판을 방청하게 되어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지만, 이성적으로 생각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 느낀 점을 토대로 앞으로 학교 공부를 할 때에나, 미래에 경찰이 되었을 때에도 계속적인 고민을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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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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