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4.06.03 11:22

18기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마치고

                                                                                                -서 정 연-

성폭력 상담원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딱히 언제인지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여건이 되는지 틈을 본 지 몇 해 된 듯하다. 주중 출근을 해서 주말 과정을 들어야 하는데 주말에 개설된 과정이 드물어 번번이 일정을 조율하기가 어려웠다. 두 해를 교육청 소속 전문상담사로, 상담사 미배치 학교 순회상담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성폭력전문상담원 수료증 필요성이 부각 되었다. 봄이면 교육과정이 개설되는 듯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 우왕~ 3, 4월 두 달간 한국여성민우회 주관의 주 2회 교육 과정 공지가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에 6~7시간씩 주 2회, 7주간을 버텨낼 수 있을까. 고민 되었다. 마침 일을 쉬고 있어서 이때 아니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거 같아서 등록 하였다. 주저하는 마음이 생길 때는 일단 돈을 내야 한다. 돈을 내면, 참여하는 수밖에 별 도리 없다. 성폭력 상담원 교육이 왜 이렇게 간절했을까.

100시간 중 90시간 이상을 출석해야 수료증을 받을 수 있는 거라 출결이 엄격했다. 혹시나 지각할까봐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일어나면 지각하지 않으려고 민우회 교육장으로 반사적으로 달려갔다. 어느 날은 부랴부랴 교육장에 갔더니, 어라, 주차장도 한산하고, 교육장 들어가는 자동 유리문도 컴컴하다. 출발 시간은 보지 않고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 분만 계산하고서 튕겨져 나오고 보니, 1시간이나 먼저 도착한 것이다. 그러기를 두 번씩이나. 이쯤이면 출결 담당하신 짜이님. 출결 담당 참 잘하셨습니다요*^^*. 덕분에 성미산 벚꽃과 도화꽃길, 오솔길 사이사이를 걸어보았다.

첫 주는 앉아서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앞으로의 교육기간이 아득하였다. 쉬는 시간과 간식이 있어서 위안이 되었던 첫 주. 후기를 쓰는 지금, 오전 오후로 간간히 먹었던 간식이 눈에 떠오르는 걸 보니, 잿밥에 참으로 눈이 멀었다는 걸 깨닫는다. 강의를 정말 열심히 들었는데, 들으면서 공감도 하고 감동도 하고 시야가 넓어지기도, 성폭력에 대해 나름 정리한 듯도 한데, 글을 쓰는 지금은 강의 내용이 또렷하지 않아 교재를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간식은, 6~7시간 앉아 있는데 에너지원을 공급했고, 비록 생각이 가물가물 하지만 강의를 열심히 들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고, 민우회 참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로 자리한 친밀하게 묶어준 고리이다. 졸릴 때 강사님 몰래 입에 넣고 오물거렸던 간식이 생각난다. 간식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사람은 일단 먹고 봐야 한다.

간식 운운하는 걸 보면, 하루 종일 듣는 강의가 힘에 부치다는 얘기다. 그 과정을 지각도 없이, 결석도 없이 마쳤다. 참 열심히 쫓아 다녔다. 이 교육에 왜 그렇게 열심이었을까. 내 안에 무엇 때문이었을까. 간식 운운하는 이 방어기제는 무엇인가.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은 행복이다. 성폭력이란 주제를 가지고 모인 사람의 밀집된 열기가 있고, 20대부터 50대의 다양한 연령층의 어우러짐이 있고, 성폭력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되고, 세계 성폭력 여성 운동사와 한국 성폭력 여성 운동사 흐름을 잡고, 여성주의 상담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성소수자의 목소리, 장애인이 겪는 성폭력 사례들, 스토킹,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해 현장에서 몸담고 있는 활동가와 강사의 살아 움직이는 강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시위 참여와 성폭력공개재판 참관, 아참, 우리 18기에는 남성 두 분이 함께 해서 더욱 활기찼다. 공통된 주제로 모인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여고시절 얼굴 붉히며 딱 한 번 들었던 난자와 정자가 만나 임신이 된다는 성교육 이후 이번에야말로 진짜 제대로 된 성교육이었다. 성교육은 나이에 맞게 풀어져서 이루어져야 한다. 성폭력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민우회 성폭력교육 강추합니다요ㅋ. 평소 성폭력이란 낱말은 듣기에도 힘겨운 말이었다. 겁이 나서, 마음을 다잡고 들었던 강의였는데, 수료하고 난 후 우리 몸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 몸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 소중한 몸에 대한 희롱이든, 추행이든, 폭력이든, 성폭력은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폭력이 이루어지는 경로도 살펴보게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 교육을 받아 우리가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맑고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쉬운 점은 수료 후 성폭력상담 동이 연계되지 않는 것이다. 상담 자원 활동도 연계되지 않는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달려가는 성폭력재판동행지원단>, <성폭력재판동행 액션팀> 후속 모임이 있어서 지속적인 참여는 가능하다. 벌써 재판동행을 두 번이나 하였다.

즐겁고 유쾌한 주제는 아니나, 참 즐겁고 유쾌하게 더불어 들었던 성폭력상담원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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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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