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4.10.10 17:35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은 그동안 상담과 대응활동을 하면서 성폭력피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성적수치심을 성폭력 피해를 표현하는 단어로 익숙하게 사용하고 성폭력 개념 구성의 한 부분으로 성적수치심이 자리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어느 순간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성적수치심이라는 단어에 대한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일단 이야기를 해보자는 심정으로 포럼을 기획했고, 지난 10월 8일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날 '성적수치심'에 대해 평소 고민과 관심이 있었던 많은 분들이 포럼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성적수치심이 성폭력을 구성하는 개념으로서 적당한가?라는 문제의식에 대해 각 패널들의 흥미진진한 토론이 이졌고. 방청을 한 참여자들도 평소 '성적수치심'에 대한 고민들이 오갔습니다.

'성적수치심'이 성폭력 피해에 대한 대표적 감정으로 등치되며 성폭력이 수치스러운 일이다라는 잘못된 통념이 재생산, 강화되는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아가는 첫 발걸음으로서 의미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던져진 문제의식들이 성폭력 관련 법률, 반성폭력운동 현장 등에서 좀 더 활발히 논의되고 토론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도 고민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포럼에서 논의된  자세한 내용은 포럼 자료집을 참고해주세요!

기사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8890.html

2014
기획포럼

성폭력 피해를 구성하는 성적수치심, 이대로 괜찮은가?

일시: 2014108() 오후 3장소: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주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 사회
 
이임혜경(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
)


발제  

성폭력 피해를 구성하는 성적수치심’, 이대로 괜찮은가


-
정하경주(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토론

1. 성폭력의 특수성이자 보편성을 구성하는 수치심

- 나영정(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
)

2. 성적수치심을 둘러싼 몇 가지 생각

-
백미순(한국성폭력상담소장)

3.
수치심은 어떻게 그 모든 감정들의 이름이 되었나

-
손희정(땡땡책협동조합)

4.
형법적 관점에서 본 성적수치심

-
장다혜(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5.
성폭력에서 성적수치심 판단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하여

-
조인섭(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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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성폭력피해를 구성하는 '성적수치심', 이대로 괜찮은가?
           정하경주(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성적수치심은 가해자의 의도가 아닌 피해자가 느낀 감정을 중요하게 드러냄으로써 피해자의 서사를 복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이런 맥락이 삭제된 채 '성적수치심'이 활용되면서 가해자가 가해행위를 부인하는 용도로, 또는 법적 판단에 있어서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을 느꼈는지에 따라 유무죄의 판단근거가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법의 판단에 있어 '성적수치심'이 중요하게 다뤄짐으로써 성폭력이 '부끄러운 일'(수치심)이라는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을 느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성적자유의사를 침해한 인격권 침해의 문제로 판단해야 한다. 사실 성폭력 피해 상황의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은 수치심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분노이기도 하고 공포나 당황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도리어 성폭력 피해의 순간이 아니라 피해 경험을 누구에게 말해야 할 때, 사회로 내보내야 할 때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상황이 아니라 전달 하는 순간에, 사회적으로 의미화 될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여전히 사회가 성(섹슈얼리티)의 문제를 음성적이고 부끄러운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의 연장으로 폭력 조차 편견과 잘못된 통념이 작동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더불어 성적수치심이라는 감정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토론1> 성폭력의 특수성이자 보편성을 구성하는 수치심
                                   나영정(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
)

수치심이 외부에서 작동하는 규범
(대타자)과 시선을 통해서 작동한다고 했을 때 법에서 규정하는 수치심은 정조에 관한 죄, 친고죄의 근본과 맞닿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성적 수치심이라는 말은 오히려 텅 비어있고, 성적 수치심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을 죄로 다루게 하는 근거는 오히려 앞뒤의 언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설명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수치심이라는 언어를 어떻게 다르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성폭력의 피해가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고, 성폭력의 결과로 수치심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에 힘을 싣기 위해서 성폭력이 발생하는 이 사회 자체에 대한 지배적이지 않은 이해와 관점이 동반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규범에 결박되어 있을수록 어려울 수밖에 없다.

 

<토론2> 성폭력에서 성적수치심 판단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하여
             조인섭(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이고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더 위축된 채 살아갈 수 있기에,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본 토론회의 기본 방향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일반폭력과 성폭력을 다르게 드러낼 수 있는 대안적인 개념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성적자기결정권'의 침해로 개념화를 해볼 수도 있겠으나, 수사현장에서 경찰들이 피해자에게 '피해가 수치스러웠나?'가 아닌 '성적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나?'라고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폭력 피해는 본인이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성적수치심이 판단기준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나라의 순결이데올로기와 가부장적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적 문화와 순결이데올로기의 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

                                                   
                                                  
<토론3>
성적수치심을 둘러싼 몇 가지 생각
                                                                        백미순(한국성폭력상담소장
)

 우리가 성적수치심을 말해온 근본 배경에는 성폭력은 수치스러운 것이고 그러므로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을 느낄 것이라는 식의 세상의 통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점을 더 드러내야 이번 논의를 통해 목표로 삼아야 할 지점이 더 분명해질 것이다. 우리가 혹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분노나 불쾌감으로 표현하면 피해 인정을 둘러싼 싸움의 양상이 바뀔 것인가? 성폭력 인정을 둘러싼 싸움에서 새로운 명명과 의미화의 계몽 대상은 성폭력을 성적 수치심으로 등치하는 사회통념과 법 논리이다. 다른 범죄 피해에 있어서도 수치심이 얘기되기도 한다. 어이없는 사기피해를 겪었을 때, 내가 그런 피해를 당했다는 점이 수치스러워서 남에게 얘기하기조차 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범죄의 경우 피해 판단이 수치심을 느꼈는가의 여부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독 성폭력의 경우만 성적 수치심이 문제가 되는 것을 왜일까. 이것은 성폭력 혹은 성적 침해가,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가 아니라 정조의 문제, 손상된 몸에 대한 문제, 성적인 관계의 문제 등으로 읽히는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른 범죄 피해에 있어서의 수치심과 달리 성적 수치심은 젠더화된 수치심이다. 결국 성적 수치심은 모든 반성폭력운동이 처한 현실이자 논의의 확장을 위한 시발점이다.


<토론4>
수치심은 어떻게 그 모든 감정들의 이름이 되었나
              손희정(
땡땡책협동조합)

사회를 영속하고 유지하는 관습적인 법과 도덕은 학교나 가정, 매체 등 여러 제도를 통해서 교육되고 전수되며 유지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제도적 차원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감정적 차원이며, 이때 그 감정적 차원의 중심에 있는 것이 수치심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렇게 수치심을 구성하고 작동시키며 이용하는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젠더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젠더질서 안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수치스러움의 장소이자 원인으로 존재해 왔다. 어쩌면 사회가 느껴야 하는 수치심이나 스스로 져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고 개인화시키고 있는 것이 성적 수치심일 수도 있겠습니다.  수치심의 언어를 고민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현실적인 운동의 차원에서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수치심을 고민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성범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혹은 자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근본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비평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론5> 형법적 관점에서 본 성적수치심 
                                                             장다혜(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현행 법률상 '수치심'의 용례를 살펴보면 1) 피보호자에 대한 보호 2) 넓은 의미의 성폭력 개념(성희롱 포함) 3) 음란행위 등에 '성적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음란 개념은 기본적인 전제가 성적 도덕관념 내지 성적 도의관념이라는 성도덕에 기반한 것으로, ‘성적 수치심이란 용어는 정상적인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주관적인 관념을 지칭하고 있다. 형법이 비도덕을 처벌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 현재 풍속에 관한 죄에만 음란과 같은 도덕적 개념이 존재하고 있다.
독일의 형법을 살펴보면 19691차 형법개정전 음란행위는 성과 관련된 범죄의 기본적인 구성요건이었지만 1969년 형법대개정이 이루어지면서 간통(Ehebruch)과 성매매알선(Kuppelei) 등의 형법상 구성요건들이 삭제되었다. 현재 독일 판례는 음란행위 및 성적 수치심이라 개념을 더 이상 적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 형법에서 13장의 제목을 <정조에 관한 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한 죄>로 개정하였는데, 이는 정조와 관련된 성도덕적 개념을 성범죄에서 삭제하고, 주된 보호대상이 성적 자기결정권임을 확인했다. 성폭력의 유무죄 판단에 있어서 '성적수치심'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양형인자로서 피해자의 고통이나 감정(수치심)이 양형에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법적 개념으로서 성적 수치심에 대한 쟁점으로 1) 강제추행의 변경, 2) 공연음란죄 등에서 음란개념 삭제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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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연속기획포럼2. <성폭력피해자에게 법원이란?-막무가내로 달려가는 재판동행지원단 활동보고->가 10월 22일(수)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진행되니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2013년부터 진행해온 막무가내로 달려가는 성폭력피해자 재판동행지원단은 피해자와 함께 재판에 동행하여 피해자의 법적권리를 위해 마련된 제도들이 재판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한 결과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법적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현실의 변화를 위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판동행지원단, 피해자국선변호인, 증인지원관, 정부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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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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