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2015.01.16 23:05

 

 

 

 인질극’, 참혹한 스토킹 피해의 현실

 

 

지난 13일 안산에서 발생한 인질극사건은 스토킹 피해로 바라봐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스토킹 피해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뼈아픈 사건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자신을 만나달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박의 수단으로 인질극을 벌이며 피해자를 압박하고 통제하려 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다양한 방법과 협박 수단으로 피해자는 이미 일상적이고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조차 협박과 불안을 겪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피하기 위해 집이 아닌 여관으로 피신한 경험이 있었다. 또한 사건이 발생하기 나흘 전, 가해자가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도 있었다. 이 참혹한 스토킹 현실에서 잊지 말고 기억할 것은 인질극의 끔찍함만이 아니다. 피해자가족 두 명이 목숨을 잃기 전부터 이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가해자로부터 극심한 괴롭힘과 수많은 위협의 순간을 겪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스토킹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안일한 대처의 현주소이다.

 

반복되고 지속될수록 심각해지는 스토킹 피해로 인해 삶이 위협받고 통제되는 현실은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피해를 중단하기에는 법과 제도적 현실은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행법은 스토킹을 8만원의 범칙금(경범죄)로만 규율하고 있다. 이는 애정문제, 알아서 해결해야 할 개인적인 일, 그래서 경범죄(가벼운 범죄)’ 라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오히려 강화시킬 뿐이다. 8만원의 범칙금으로는 피해는 중단될 수 없다. 이는 지속적 괴롭힘이라는 스토킹의 특수성과 다양한 피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스토킹을 규제할 수 있는 사회적 개입이다. 이를 위해 스토킹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그러나 법이 새롭게 마련된다 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법은 무용지물이 된다. 특히 경찰이나 사법기관의 실무자들이 스토킹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번 사건만을 보더라도 피해자는 경찰에 도움을 청했었다. 그러나 경찰은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간과하였다. 경찰은 흉기에 찔린 피해자에게 현행범이 아니라서라는 이유로 고소 안내만을 했을 뿐 피해자 안전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흘 후 살인사건이 있었다. 스토킹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면 법과 제도적 규율만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방증한다. 이에 법과 제도마련의 중요성만큼 스토킹이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괴롭힘과 위협이 지속되는 심각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덧붙여, 스토킹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도 바뀌어야한다. 스토킹으로 인한 살인사건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자극적인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참담함을 느낀다. 이번 사건의 보도 초점은 인질극(가해)이유였다. 그저 언론은 일제히 이 사건을 <부인 외도 의심해 인질극>, <외도 의심이 낳은 참변>, <연락이 안 돼서 범행> 등으로 보도하며 가해자의 사연만을 급급하게 나르는 모양새였다. 그간 아무런 도움도 구제도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것이 후에 드러났지만, 사건이 알려지는 초기 보도 과정에서 특히 보도는 가해 논리만을 전달할 뿐 만나달라는 협박과 위협을 받던 피해자의 절박함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협박을 하는 가해 행위의 이유와 의도만을 보도하는 것은 왜곡된 가해자의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할 위험이 크다. 특히, 이번 사건의 초기 보도와 반응은 우리 사회에서 스토킹 피해자가 느낄 고립감을 여실히 보여줬다. 가해자의 <외도 의심>이라는 인질극의 이유가 중점적으로 보도 되자, 피해자에게 상황의 책임을 전가하는 반응이 있었다.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만 보더라도 가해자의 만나자는 요구에 왜 빨리 만나지 않았냐며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왜 빨리 대응을 못했냐는 질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피해자 혼자 힘으로 스토킹 피해의 두려움을 견디고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위와 같은 보도와 사회적 인식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며 피해를 가중시킨다. 이에 자극적인 보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는 스토킹 피해로 인한 위협을 홀로 감당하고 있을 것이다. 스토킹 피해는 중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스토킹이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피해라는 공감과 대응을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가 너무도 절실하다. 스토킹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공통의 과제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재차 강조하며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 안전망이다. 하루 속히 경범죄가 아닌 스토킹 피해를 중단하고 피해를 지원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다시는 이런 참담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5. 1. 16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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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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