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5.05.06 15:35



 '첫사람'은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의 관점에서 ‘공감’하고, 그 해결을 위해 함께하는 피해자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조력자입니다. '첫사람'은 성폭력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며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알고 피해자의 조력자로서 먼저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2015년 4월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첫사람'의 재판동행을 진행했습니다! 당일 재판 모니터링은 기사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기사 보기 클릭!)


글 / 박수민(미미)


 이번 사건에서 아쉬웠던 점은 피해자 측 국선변호인의 불참이었다. 물론 국선변호인이 법률 조력인으로서 재판 전 과정에 참석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며, 이전 재판과정에서 국선변호인이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동 제도가 형사재판절차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점, 그런데 20여분간 진행된 속행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측 변호인에 의해 피해자의 이름이 노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법률조력인의 불참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방청석에 있었던 피해자의 어머니와 피해자를 돕는 목사님이 재판과정에 의견을 제시할 방법이 없어 검사 측에 쪽지를 전달하고 방청석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사는 객관의무상 한쪽에 치우친 역할을 할 수는 없어 난색을 표하고 쪽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상과 같은 국선변호인의 불참, 피고인 측 변호인에 의한 인적사항 노출이 이번 재판의 아쉬운 점이라면 재판부의 태도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합의재판부 재판장은 피고인 변호인들에게 "성폭력 사건임을 감안하여, 피해자의 이름 대신 '피해자'로 지칭해 달라"고 권고하여 이후에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였다. 또한 방청석에서 반론을 제기하는 피해자 측에 정숙을 명하며 제지하는 대신 "국선변호인을 통해 의견 진술서를 제출하라"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구두진술보다 서면을 통한 의견진술이 피해자 측의 입장을 논리 정연하게 피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해 권위적인 태도를 내려놓고 도움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재판부의 태도가 동종의 다른 사건을 맡는 여타 재판부에서도 보여지길 바란다. 


 첫사람 활동 전에도 언론 매체나 대학 강의를 통해 성범죄 관련 제도는 개선되었으나, 실무자의 인식과 태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폭력 전담 재판부와 수사팀이 마련되고, 전담검사제와 법률조력인제도가 마련되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실무자들의 성 감수성이 일정부분 나아졌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첫사람 활동을 통해 실제로 재판과정을 지켜본 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이번 재판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은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피해자의 핸드폰에 대한 분석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언급했다. 또한 재판 방청 후 재판동행단과 나눈 대화를 통해 이번 사건과 같이 재판부가 인적사항 노출에 대해 제지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되어 실로 놀라웠다.


체크리스트를 점검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성범죄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인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우선적으로 국선변호인 지정석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방청석에 자리하는데, 이것보다는 일부 경우처럼, 검사석 옆자리에 위치하는 것이 피해자 보호에 적합하고 생각한다. 그래야 재판과정에서 검사에게 즉각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피고인 측 변호인과 마주하여 앉는 것이 피해자의 대등한 권리를 상징하여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더욱이 피고인 측 변호인에게 심리적인 부담감도 줄 수 있어 피해자를 겨냥한 무분별한 발언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선변호인의 전문성과 적극성을 제고해야 한다. 토론 과정에서 법률조력인 예정자 명단에 오르는 데에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등의 조건사항이 없다고 들었다.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그들의 70%이상이 성폭력 사건을 다루기 위한 교육을 이수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성폭력전담 재판부, 성폭력전담 수사팀, 성폭력 전담 검사가 있듯이 국선변호인 중에서도 성폭력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조력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 제도에서 피해자의 보호 정도가 법률조력인 개인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인 조력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률조력인 지정권한을 가진 검사가 공익의무의 일환으로 국선변호인들을 모니터링 하거나, 첫사람과 같은 시민재판동행단이 재판부나 검사, 피고인 측 변호인을 모니터링 하듯 국선변호인의 적극성을 평가하여 '디딤돌', '걸림돌'선정을 하는 방안을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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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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