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5.06.12 20:11

 

2015611일 서울고등법원으로 첫사람활동을 갔습니다. 이 날 총 4 건의 성폭력 관련 재판을 보았고 또 직접 피해자 어머님과 아버지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첫 세 개의 재판은 비교적 짧은 재판들이었지만 재판 과정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의 태도가 재판 과정의 질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재판들이었습니다. 우선 판사님은 저번에도 첫사람에서 모니터링을 갔었던 성폭력 전담 판사님이셨는데 매우 친절하신 분이라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재판장에 들어가자 저희에 대해 관심을 가져서 물어보시기도 하였고 휴정하는 이유라던가 비공개 재판을 진행하는 이유를 관련법과 함께 설명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불성실해보였는데 관련 서류를 다 읽지도 않았고 피해자의 현재 상황도 전혀 모르는 듯 대답하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마이크를 전혀 쓰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발언하여 저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방청석에 앉아있는 피해자 가족이나 지인들은 재판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검사가 불합리한 발언을 하였어도 그냥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재판의 진행과정을 알고 싶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당연히 마이크를 사용해야 합니다. 마이크 사용이 의무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번째 재판은 피해자의 부모님께서 직접 첫사람에 요청하셔서 지원을 나간 재판이었습니다. 상대방은 항상 방청하러 가족과 지인들이 오는데 피해자 측 부모님은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으셔서 첫사람이 동행하여 힘을 보태드리고자 했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첫사람 한 분이 들은 피고인의 가족과 변호인들의 대화였습니다. “이런 사건은 부끄러우니까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 “뭐 하러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오느냐등 성폭력 사건에 대한 편견 속에서 피해자 측을 무시하는 발언들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으니 오히려 저희를 의식하는 것 같아 첫사람활동을 하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에 관심이 있고 피해자를 지지한다는 것을 재판장의 판,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것입니다.

 

 

재판 후 잠시 피해자의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큰 상처일 수 있는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해쳐나가고 있는 멋지고 강인한 분이셨습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 재판을 위해 직접 증거자료도 수집하시고 법원에 반박서류도 보내시는 등 재판에 참여하고 계셨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사실 이러한 일은 국선변호사나 검사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1심때 피해자측에서 선임한 변호사는 피해자보호제도조차 알지 못하여 어머니가 아는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으셨다고 합니다피해자의 변호를 맡았다면 의뢰인을 위한 제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피해자 측에 이렇게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게 하는 것이 현재 성폭력 재판의 현주소인 듯합니다. 검사나 국선변호사가 피해자보호제도 등을 피해자 측에게 제공하여 이러한 서비스를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청소년기 아이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쉽게 알릴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아무리 친한 부모, 자식 사이라도 이러한 사실은 말하기 어렵습니다. 전문 상담 선생님이나 학교에 파견되는 변호사 등 피해사실을 말할 수 있는 어른이 그들 가까이에 존재해야 합니다.

 

피해자 부모님은 그래도 정의를 믿고 법을 믿고 용기 있게 재판에 뛰어드셨습니다. 부모님은 첫사람활동이 힘이 된다며 고맙다고 해주셨습니다. 그 용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사람 이나영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