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5.08.26 13:24





고수의 노하우(Knowhow:路賀佑) 3탄

1.

10%의 힘은 일단 내가 왜 이런 놈을 골랐을까, 후회와 자책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놈을 안 고르게 사람보는 눈을 다져야한다고 다짐 또 다짐. 스스로에게 주는 각서도 쓰세요. (남자를 무턱대고 믿게만 하고, 남자가 이끄는 스킨십과 성관계가 낭만 그 자체라고 꼬셨던 세상의 모든 컨텐츠와 결별합니다)

 

2.

70%의 힘은 그를 단념시키는데 씁니다. 방법은 단 하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조르면 들어주고, 협박하면 무서워하고, 고백하면 감동하는 채로는 협박이 해결되는 게 아니라, 뒷날로 미뤄질 따름입니다. 사진만 더 찍히겠죠. 혹시 만나게 된다면 어떤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미리 계획하고 연습하세요. (예를 들어 4시간이고 5시간이고 그의 이야기만 듣습니다. "더 얘기해봐" "니 얘기를 해" 라고만 중간에 응수하면서. 얘기가 끝났다고 하면 마지막 한마디를 합니다. "자기 문제는 스스로 극복하는 사람이 되자.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해. 사진/영상 유포는 잘 생각해보고 꼭 해야겠으면 해. 그렇지만 나를 영원히 볼 수는 없을 거야" (라든지) 자리를 뜨고 그 이후부터는 완전히 쌩깝니다. 문자 메일 찾아오기 전화 등)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끌려가면 100% 피해가 계속되지만, 끝맺으면 20%으로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3.

20%는 진인사대천명입니다. 복불복이지요. 그가 마음을 돌렸으면 내가 그동안 복을 쌓은 결과이고, 하늘에 감사할 일입니다. 하지만 유포할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런 일을 당하는 수 많은 여자들 중 하나의 사례가 된 겁니다. 이 때부터는 최소 3개월간 자숙합니다. 변명도 항변도 회피도 거짓말도 소용 없고 하면 할 수록, 스스로 기운이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때리면 맞고, 직장에서 수근대면 조용히 내 일을 하고, 상사가 불러서 어떻게 된 거냐고 하면, 다 제 불찰입니다, 라고 짧게 답하고, 친구들이 뭐라고 하면 그냥 듣습니다. 그냥 조용히 시간을 느끼면서 보냅니다. 자기 할일만 평소대로 하면서. 시선과 느낌은 나 자신에게로. 수행하는 출가자처럼 묵묵히.

 

4.

이 기간동안 엄마나 아버지가 성관계 경험 관련해서 꼬치꼬치 캐묻고 질책하면 "그런 놈을 만난 건 100% 제 잘못입니다" 라고만 대답합니다.

 

5.

이 기간동안 가해자에 대한 법적인 대응을 하고 싶으면 가해자와 1:1로 조용히 맞장 뜨는 버전으로 진행합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도움요청은 나중에 하고 상담소 같은 외부 기관에 도움을 받습니다.

 

6.

3개월 후(시간은 사람에 따라). 자숙의 기간이 끝났습니다. 친구들도 이제 캐 묻지 않고, 직장 사람들도, 가족들도 내가 그동안 묵묵부답 수인의 시간을 보내는 걸 봤습니다. 이제 웃기도 하고, 농담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옷도 사입고, 놀러 다니고.. 일상의 즐거움을 회복합니다. 내가 다시 예전같아진 모습을 보고 친구들, 가족들이 "괜찮아....?" 라고 묻습니다. 대답합니다. "응"... "넌 어떻게 그런 일이 있고도 그렇게 말을 안했니? 사람들이 욕할 때 괜찮았니?" "안 괜찮았지. 그런데 그 땐 그래야 했었어" 등 담담하게 그 동안 관찰하고 돌봤던 자기 마음과 생각을 간결하게 대답합니다.

 

7.

6개월 후. 이제 서서히 바로잡는 시간을 시작해봅니다. 가해자에게 정의로운 복수를 할 수도 있고 (적절하고 좋은 방법, 기회를 살펴), 무엇보다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상담해주고, 연애와 성관계, 남자에 대한 왜곡된 드라마 영화 광고 경험담, 편견 등이 나왔을 때 단호하게 비판하고 일갈합니다. 친구들에게 서서히 지혜로운 상담자, 경험많은 조언자의 위치로 자리잡습니다. 여성단체, 성폭력 관련 단체에도 관심을 갖고 행사에 참여하고 후원도 하면서 친구들에게도 알립니다. 나 스스로도 연애 뿐 아니라, 가족, 직장 등 여러 관계에서 누군가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착취되는 관계를 거절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계방식을 보여주면서 현명하고 성숙한 관계 전문가로 나아갑니다.

- 오매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응방법이 있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댓글은 언제든 열려있으며, 심지어 메일(
fc@womenlink.or.kr)도  환영이다.


함께해준/하는/할 고수에게

 노하우는 이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당신이 있기에 더욱 빛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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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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