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ing2015.09.03 16:05

" 나에게 첫사람은 내안의 나를 발견하고 변화시켜준 첫사람! "

" 나에게 첫사람은 빚을 갚는일 "

나에게 첫사람은 에너지드링크다! "

" 나에게 첫사람은 보람과 자긍심이다 "

" 첫사람은 정의다 "


재판동행을 하며 각자 의미를 찾아가는 첫사람들의 목소리입니다.

이 말들 뒤에 첫사람들 한명 한명 어떤 이야기인지 정말 궁금하셨을텐데요~

3월부터 꾸준히 첫사람활동을 해온 미미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첫사람으로서 처음 재판을 방청한 날 활동가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에 공감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는데 우리가 피해자의 말만 전적으로 믿고 피고인 측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요? 법조인들이 남성중심의 가치관을 갖고 있어도 법적인 판단만큼은 법리적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할 것 같은데요. 우리가 그들의 무엇을 지적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이에 대해 활동가님은 물론 법적인 측면에선 그런 의문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의 활동은 법리적인 문제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재판 과정에서 나타나는 판사 또는 변호인의 남성편향적인 발언이나 태도를 모니터링 하는 것입니다.” 라고 답변하셨습니다법학을 하며 형사소송절차상 피고인의 권리, 변호인의 임무, 판사의 재량권 등에 익숙했던 터라 피해자의 관점에서 재판을 바라본다는 게 생소했습니다. 그런 생소함에서 벗어나고자 더욱 재판 동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수많은 재판을 모니터링 하면서 정의실현의 최후의 보루라며 사법부에 대해 가졌던 신뢰가 맹목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들의 어떤 것을 지적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피해자의 이름을 무분별하게 언급하고 피해자의 성격이나 행실을 문제 삼아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들은 방청석의 첫사람들을 흘겨보거나 방청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검사는 하품을 하고 졸고 있기도 했으며 피고인에게 유리한 심리전문위원회 감정결과서 존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국선변호사가 참석하는 경우는 손에 꼽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피고인 측에 반론을 하려 해도 이의제기권을 가진 국선변호사가 불참했기에 어쩔 수 없이 검사에게 쪽지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때 검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쪽지를 펼쳐보지도 않았습니다. 국선변호사가 참석을 하더라도 법정 출석 자리가 지정되지 않아 방청석에 앉아 소송자료를 검토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옆사람에게 피해자의 주민번호가 노출되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명예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변호인의 요구대로 비공개심리로 전환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첫사람이 의견서를 제출했을 때는 그런 것에 답변할 의무도 없고 바쁘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물론 첫사람 활동에 호의적인 판사나 검사도 있었고, 변호인의 억지 논리를 비판하고 피해자 이름을 언급하지 말 것을 지적하는 판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것이어야 함에도 놀라운 변화 혹은 칭찬할 만한 사례로 평가서에 기록해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했습니다.

 

   이렇듯 피해자보호제도에 대한 재판부와 검사의 무지와 무관심, 피고인 측의 첫사람에 대한 적대감을 온몸으로 보고 느끼며 피해자들이 느낄 무력감과 고립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가족과 동행한 재판에서 비로소 첫사람의 존재 의의를 깨닫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피해자 어머님은 첫사람과 마주하고 피고인 측은 항상 변호인과 가족, 지인들까지 많이 참석하는데 우리는 남편이랑 나만 오니까 너무 위축됐어요. 국선변호사는 연락이 안 되거나 온다고 했는데 오늘은 오지도 않고...그런데 이렇게 첫사람들이 많이 와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라며 웃으셨습니다10여명에 달하는 첫사람이 참석했어도 피고인 측에서는 그런 일을 당했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무슨 사람을 저렇게 많이 데리고 와?”라며 흘겨봤는데 그 이전에 피해자 부모님만 참석했을 때 얼마나 위축됐을지 생각하니 안타까웠습니다. 2심 선고기일에 재회한 어머님의 눈빛이 여전히 생생합니다.내 편이 왔다는 안도감에 용기가 났다.”는 말씀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민우회 소책자에서 글귀로만 봐온 '존재만으로도 힘이 났어요!‘라는 말이 피해자분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보는 남인 제가 그분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처음엔 알 수 없어서 죄송하고 부끄러운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모니터링한 공판 과정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피해자분들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재판부도, 검사도, 국선변호사도 아닌 처음 보는 남인 첫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사람의 존재만으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에게 오히려 제가 감사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법을 전공하면서 저는 스스로 일반인들의 무조건적인 비판으로부터 사법부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판동행활동 초기에는 첫사람들과의 대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간혹 검사는 피해자를 더 보호해야지 왜 피고인에 유리한 것도 말하는 거죠?’라는 비판에 마음 속으로 검사의 객관의무상 당연한 것인데...’ 라고 반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평가서에 지적할 사항들이 늘어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한마디 두마디씩 덧붙이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사람 활동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고 고쳐나갔습니다. 여성폭력범죄에서 법제도와 실무자의 태도가 조응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던 저 역시 사법부의 보수적이고 남성편향적인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비판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첫사람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제게도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해를 거듭하며 많은 첫사람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한다면 불가능할 것 같이 보이는 사법부의 대대적인 인식변화도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첫사람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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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민우회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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